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무라 다케시 2

이키루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1952년)는 아버지의 모자에 대한 이야기다. 도쿄시청 공무원인 주인공은 평생 써 온 모자처럼 30년 공무원 생활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가지 일만 되풀이 해왔다. 무사안일로 타 부서에 일을 떠넘기고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자세로 살았던 그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위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시한부 6개월. 그제사 주인공은 이렇다 한 일 없이 보낸 자신의 30년 인생이 덧없음을 깨닫는다.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까. 메피스토펠레스의 꾐에 빠진 파우스트처럼 평소 해보지 못한 유흥에 빠져 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말단 여직원의 말에 불현듯 깨닫는다. 그때부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은 가난한 동네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

주정뱅이 천사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주정뱅이 천사'(1948년)는 일본식 네오리얼리즘 영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일었던 네오 리얼리즘 영화는 '자전거도둑'처럼 전후 이탈리아 사회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영화였다. 그런 점에서 프로파간다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과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태평양전쟁 후 패전의 구렁텅이에서 허덕이던 일본 사회가 처한 극도의 혼란을 두 사내를 중심으로 풀어 낸다. 누가 됐든 아픈 사람들을 고쳐야겠다는 알코올 중독자 의사와 암흑세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야쿠자의 애증을 통해 당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던 불안과 혼란을 보여준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어찌보면 일본 사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