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바사키 코우 2

메종 드 히미코 (블루레이)

이누도 잇신 감독은 불편한 소재에서 재미를 끌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메종 드 히미코'(2005년)에서는 게이들을 다뤘다. 그것도 한창 팔팔한 나이가 아닌 이제는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게이들이 모여 사는 게이 양로원이라는 아주 독특한 소재다. 과연 게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다른 집들처럼 편안한 노년을 맞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말년이 더더욱 쓸쓸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를 향한 시선이 누구나 똑같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예전의 화려함이 사라진 게이의 노년은 다른 노인들보다 유독 쓸쓸하며 조심스럽다. 여기에 이누도 잇신 감독은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勲) 감독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년)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사람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만든 슬픈 사랑 영화인 만큼 신파조로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백혈병에 걸린 여고생과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가타야마 쿄히치의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나온 원작은 출간 당시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이 영화에 리츠코 역할로 나온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가 서적정보지에 소개하며 인기를 끌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누르고 역대 일본소설 판매 3위에 올랐다. 영화는 히라이 켄이 담당한 음악, 특히 단아한 경음악들이 좋았고 '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