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시애틀 2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블루레이)

여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내용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상처한 남자의 사랑을 들은 여인이 운명적으로 이끌리며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다. 동쪽의 끝인 볼티모어와 서쪽의 끝인 시애틀에 사는 연인들을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면 거리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서양 영화답지 않게 운명을 쫓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서로 생각과 행동이 엇갈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연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다.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당의정처..

만추 (블루레이)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년)는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의 의한, 탕웨이의 영화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탕웨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물론 주연남녀배우가 나눠진 작품의 무게는 똑같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난 존재는 단연 탕웨이다. 특히 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하게 변하는 탕웨이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다. 오죽하면 김 감독이 "탕웨이는 미세한 얼굴 근육을 모두 쓰는 배우"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 배우들은 분장이나 튜닝 때문에 얼굴의 미세근육이 사라져 표정연기가 아쉬운데, 탕웨이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거듭 탕웨이의 연기를 칭찬한 것은 이 영화는 대사보다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원작과 동일하다. 여죄수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교도소에서 사흘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