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민 뮬러 스탈 2

레닌그라드 900일간의 전쟁

제 2차 세계대전사에 있어서 독소전은 전쟁의 향배를 갈랐다. 잇따라 서유럽 국가를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던 독일이 구 소련을 침공하면서 동과 서 양쪽에서 전쟁을 벌여야했고, 결과적으로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전력의 배분은 독일의 패배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양수겹장의 악수를 둔 셈이다. 독일은 소련을 침공하면서 또다시 전력을 두 개로 나누었다. 모스크바 등을 겨냥한 주공과 함께 레닌그라드 방면의 보조 공격을 통해 소련군을 양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독일이 레닌그라드, 즉 지금의 상트페테르스부르그를 노린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련의 북서 항구를 일제히 봉쇄해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었고, 반대로 독일은 이를 통해 원활하게 보급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1941년 9월부터 일어난 레닌그라드 ..

샤인 (블루레이)

호주의 숨은 피아니스였던 데이비드 헬프갓의 연주는 독특하다. 자기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연주한다. 얼핏보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글렌 굴드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데, 정도가 그보다 훨씬 심하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연주가 끝나면 객석으로 내려가 앞줄에 앉은 관객을 끌어 안는다. 왠지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칭얼거리는 어린애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피아노 실력 만큼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뛰어나다.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Shine, 1996년)은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다룬 실화다.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던 헬프갓은 무조건 곁에만 두려는 귄워적인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듯 런던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간다. 그곳에서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