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포칼립토 2

아포칼립토(블루레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한 인간의 몰락만이 이길 수 없는 운명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라고 썼다. 멜 깁슨이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까지 한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년)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마야 문명이 지배하던 중남미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부족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또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풍비박산 난다.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주인공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도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렇지만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각처럼 광기일지는 몰라도 결코 야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개 돼지처럼 땅바닥에 몸을 굴리는 부족이나 앞선 문명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은 민족 ..

최종병기 활 (블루레이)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2011년)은 지난해 개봉한 우리 영화 가운데 '고지전'과 더불어 인상깊게 본 영화다. 지난해 개봉한 작품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단연 두 작품을 꼽을 만큼 오락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출중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탁월한 속도감이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끌려가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오빠가 벌이는 추격전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총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날아드는 화살은 칼싸움과는 또다른 액션의 묘미를 보여준다. 특히 묵직한 육량시의 파괴력과 짧지만 빠른 애깃살의 속도감 등 다양한 화살의 차이를 각기 다르게 묘사한 영상이 눈길을 끈다. 줄거리 구성도 탄탄하고 영상도 뛰어나지만 이 영화는 지난해 표절 논란이 일었다.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