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아프리카 5

라이온 킹(블루레이,실사판)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2019년)은 디즈니의 위대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실사판이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그림이 아닌 실물 촬영 같은 영상으로 다시 만든 리메이크판이다. 그런데 실사판이라고 하기 애매한 것이, 여기 나오는 풍광과 동물은 실물이 아닌 99.9%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캐릭터이다. 100% 라고 하지 않은 것은 실제 아프리카 가서 찍은 풍광이 초반에 한 컷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사람이 그린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컴퓨터 그래픽이 어찌나 감쪽같은 지 실사판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들판 위로 뛰어다니는 동물과 새떼, 사자와 하이에나의 모습은 마치 BBC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타잔 SE (블루레이)

올해로 타잔이 100세가 됐다. 원작자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 올스토리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 1914년이다. 잡지에 실린 연도로 따지면 102세이지만 출판 연도로 따지면 100세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기억 속의 타잔은 슈퍼맨처럼 영원한 청년이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흑백TV 시절, 타잔은 600만불 사나이 못지 않은 TV 속 영웅이었다. 막판 기이한 함성으로 코끼리떼를 불러 모아 악당들을 무찌르는 줄거리는 언제나 똑같지만, 근육질 몸을 뽐내며 정글을 나는 듯 이동하는 타잔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타잔이 영화로 제작된 것만 47회이고, TV시리즈도 숱하게 만들어져서 수 많은 타잔이 등장했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보다 타잔으로 기억되는..

키리쿠와 마녀

미셀 오슬로 감독의 '키리쿠와 마녀'(Kirikou Et La Sorciere, 1998년)는 아프리카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연극을 보듯 수평으로만 흐르는 특이한 패닝 화면과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화려한 원색이 아름답게 빛나는 작품이다. 내용은 어린 키리쿠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마녀를 무찌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 태어나자마자 말도 하고, 문제를 해결한 뒤 갑자기 멋진 성인이 되는 등 이야기가 동화적이고 환상적이다. 그림 분위기는 미셀 오슬로 감독이 2006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발표한 애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http://wolfpack.tistory.com/entry/아주르와-아스마르)와 비슷하다. 곧게 뻗은 선과 부채꼴처럼 퍼지는 나뭇잎, 다채로운 색상..

침팬지 (블루레이)

유명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와 '지구'로 유명한 알레스테어 포더길과 마크 란필드 감독이 공동으로 만든 세 번째 작품인 '침팬지'(Chimpanzee, 2012년)는 제목 그대로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이 전 지구적인 거대한 시각에서 자연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의 카메라는 아주 마이크로한 세계에 집착한다. 빗물에 포자를 날리는 버섯부터 침팬지 일가의 작은 몸짓까지 그들의 시선은 세밀하고 정교해졌다. 여기에 드라마도 섞였다. 각본을 쓰고 인위적으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오랜 시간 카메라를 정글에 버텨 놓은 노력의 부산물로 얻은 드라마다. 실제로 제작진은 어린 침팬지 새끼인 오..

아프리칸 캣츠 (블루레이)

자연의 세계를 아름답게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매번 경탄하게 된다. 아름다운 영상도 영상이지만,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견뎠을 인고의 시간과 집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영상 예술가들의 장인정신이다. 디즈니네이처에서 만든 '아프리칸 캣츠'(African Cats, 2011년)도 그런 작품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주름잡는 사자와 치타 일가를 따라 다니며 촬영한 이 작품은,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수예가의 수공예품처럼 제작진의 열과 성의가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영상들로 가득하다. 특히 우리가 아프리카를 찾아간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아니어서 더더욱 가치가 빛난다. 이 작품의 특징은 무턱대고 초원을 누비며 보이는 동식물을 찍은게 아니라, 영화처럼 특정 사자와 치타를 주인공으로 정해 그들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