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길강 3

생활의 발견 (블루레이)

강원 춘천의 청평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회전문이 있다. 돌아가는 문이 아니라 큰 흐름이 바뀌는 터닝포인트 같은 문이란 뜻이다. 즉,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끝나고 해탈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문이다. 더불어 여기 얽힌 전설도 있다. 당 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했던 청년이 있었으나 평민 주제에 공주를 넘본 죄로 처형당했다. 청년은 죽어 상사뱀이 돼 공주의 몸을 휘감았다. 별의별 방법을 써도 뱀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신라에서 온 중이 청평사에 가서 불공을 드리라고 일러줬다. 공주가 청평사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는 동안 떨어졌던 뱀은 공주가 나오지 않자 회전문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벼락이 쳐서 죽고 말았다. 공주는 죽은 뱀을 불쌍히 여겨 묻어줬다. 그러나 어찌 보면 뱀에게는 죽음이 곧 질긴 집착의 고통에서 ..

짝패

류승완 감독의 액션영화 '짝패'(2006년)를 보면 그가 어지간히 액션물에 한이 맺힌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연출만으로 모자라 직접 주연을 맡아 붕붕 날라다닌다. 어려서부터 액션물을 자양분 삼아 영화의 꿈을 키운 사람답게, 과거 액션물의 전형적인 구조와 스타일들이 녹아 들어가 여기저기 번뜩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에서 류승완 감독은 자기 색깔을 제대로 냈는 가 하는 점이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콤비를 이뤄 선보인 액션은 요란하고 현란하지만 익히 봐왔던 액션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류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에서 어떤 영화들을 참고했는 지 솔직하게 밝혔다. 그만큼 액션의 기시감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 뜨린다. 더불어 '죽거나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로 각..

다찌마와리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년)는 아예 작정하고 만든 '쌈마이' 영화다. 첩보물인 007 시리즈의 구성을 따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첩보원이 만주와 미국, 유럽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내용이다. 언뜻 개요만 들으면 그럴듯한 액션이 연상되지만 정작 작품을 보면 실소가 터져나온다. 만주, 유럽, 미국으로 소개되는 풍경들은 차를 타고 오가며 본 것 처럼 어딘지 눈에 많이 익은 곳들이다. 여기에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을 듯한 일본어와 중국어, 심지어 요란한 총격전때 뜬금없이 터져나오는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까지 영화는 온통 B급 무비의 키치적 정서로 넘쳐난다. 특히 과장된 오버 연기는 거의 '총알탄 사나이' 수준이다. 그만큼 작정하고 들이댄 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