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소니 마키 3

미스 발라 (블루레이)

2008년 12월 22일 멕시코에서 전 세계에 보도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과달라하라에서 거대 마약 조직인 후아레즈 카르텔 일당이 체포됐는데 여기에 멕시코를 대표하는 미인 대회 우승자가 있었다. 주인공은 라우라 엘레나 수니가 우이사르. 23세의 라우라는 AR15 자동소총 2정, 9밀리 권총 등 각종 무기와 미화 10만 달러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가다가 과달라하라 외곽의 사포판 검문소에서 후아레즈 일당들과 함께 체포됐다. 교사 출신이었던 라우라 수니가는 그해 7월 시날로아주 미인대회에서 우승해 9월 열린 미스 멕시코에서 3위로 입상해 전 세계 미인들이 참가하는 2009년 미스 인터내셔널에 멕시코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어 그는 한 달 뒤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에서 열린 미스 히스파노아메리카 대회에서도 우승..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블루레이)

어려서 아이들과 곧잘 입씨름 했던 주제 중 하나가 "600만불 사나이와 원더우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이었다. 한 번도 지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우리들의 영웅끼리 맞붙었을 때 승패는 철 없는 아이들에게 꽤나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은 이 같은 궁금증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만화책 속의 초영웅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붙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주먹을 나누는 장면은 설정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 '저스티스 리그'와 '시빌 워'는 닮은 꼴이다. 다만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은 DC코믹스, 시빌 워의 영웅들은 마블 등..

허트로커 (블루레이)

우리가 북한을 소재로 다룰 때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듯, 미국에게는 중동이 그렇다. '람보'처럼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오락 영화가 아니라면 진지하고 정치적인 접근은 관점과 생각에 따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2008년)는 조심스런 선택을 했다. 미군 폭발물 제거반(EOD)의 모습을 통해 중동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미군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요란한 액션이나 총격전은 없지만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위험한 곡예를 펼치듯 폭발물을 해체하는 EOD의 모습은 전쟁 영화보다 더 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중동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그 시각이 미군 일변도의 단편적이라는 점이 문제지만 상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