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양희경 2

박하사탕 (블루레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후, 철로 위에 올라 선 설경구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의 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 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년) 하면 우선 떠오른다. '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이 영화는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달콤한 거짓말

로맨스 코미디를 표방한 '달콤한 코미디'는 참 안타까운 영화다. 박진희, 조한선 등 배우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쓰는데 웃음도 없고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잘 나가지 못하는 방송작가(박진희)가 첫사랑의 남자(이기우)와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기억상실을 가장하고 소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랑의 결실은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던 남자 친구(조한선)에게로 향하면서 엉뚱하게 결말을 맺고 만다. 박진희와 조한선이 본격적으로 망가지며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지만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위적이다. 당연히 이야기 구성도 촘촘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널 뛰듯 성큼성큼 건너뛴다. 제작진이 그냥 TV 코미디프로처럼 웃기면 된다고 생각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영화는 억지로 일관한다. 심지어 조한선이 박진희에게 과거를 ..

영화 200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