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이 각본, 연출에 작곡까지 한 '파리의 여인'(A Woman of Paris, 1923년)에는 채플린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딱 한 컷 지나가지만 아무도 채플린인 줄 모른다. 채플린은 기차역의 짐꾼으로 카메오처럼 나오는데, 그것도 고개를 숙이고 짐을 들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아보기 힘들다. 특이한 것은 이 작품이 코미디가 아니라 정통 멜로 드라마라는 점. 영화는 사랑했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엇갈리게 되는 연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뤘다. 채플린이 이 작품을 만든 이유는 비평가들 때문이다. 몇 몇 비평가들이 무성영화는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자, 채플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그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소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