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미 로섬 3

포세이돈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만든 재난 영화 '포세이돈'(Poseidon, 2006년)은 1972년에 로날드 님 감독이 만든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리메이크작이다. 페터젠 감독은 이 작품을 '특전 유보트' '퍼펙트 스톰'과 더불어 그의 해양영화 3부작으로 꼽는다. 70년대 당시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타워링'과 더불어 재난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바다에서 뜻하지 않게 거대한 파랑(波浪)을 만나 전복된 호화 유람선의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벌이는 줄거리다. 리메이크작은 전체적인 구성이 원작과 갖지만 캐릭터,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약간씩 다르다.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선 컴퓨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만든 화려한 볼거리. 30미터 높이의 파랑으로 배가 전복되는 장면과 7층 높이의 ..

오페라의 유령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장점만큼 위험이 따른다. 널리 알려져 있어 익숙한 반면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4년)으로 아찔한 곡예사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관객을 흥분시키기에는 줄이 너무 느슨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유명한 뮤지컬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한정된 무대 위 이야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사이로 물이 넘실거리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 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지하 동굴처럼 웅..

투모로우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참사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년)다.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극에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분이 희석되고, 이 때문에 난류를 실어 나르는 기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고장 나 북반구가 빙하로 뒤덮이는 무시무시한 재앙영화다. 이 같은 설정은 가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기후학자들이 누차 경고한 내용이어서 더욱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쓰나미 참사를 보고 나니 영화에서 언급한 해일, 폭설, 우박 등의 이상기후가 영화 속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1억 5,000만 달러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답게 각종 재앙을 재현한 장면들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