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밀리 왓슨 4

펀치 드렁크 러브(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싸이키델릭한 영상,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으로만 인식했던 아담 샌들러를 다시 보게 만든 영화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공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성향들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특히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된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그런..

안젤라스 애쉬스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 중반, 토굴에 살던 아이들이 있었다. 머나먼 산골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그것도 강동으로 분류되는 곳 얘기다. 믿기 힘든 얘기일 수 있지만 지금의 서울중앙병원 자리에 높다란 언덕이 있었고, 그 경사면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입구를 구부리고 내려 가면 흙바닥에 무언가 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같은 반 친구를 따라 가봤던 그들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었다. 하도 강렬해 몇 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또렷이 기억나고, 아직도 코 끝에선 진한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코흘리개 시절이라 집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당시로서는 왜 그렇게 사는 지 의아했다. 그러니 맨날 웃통을 벗고 거의 반벌거숭이에 맨발로 다니던 아이의 모습이 생경할 ..

안나 카레니나 (블루레이)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는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등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나중에 나온 영화들은 내용이 익히 알려졌으니 볼거리로 승부 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문학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했는 지, 문학작품 최고의 여주인공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를 얼마나 그럴 듯 하게 소화했는 지가 승부를 가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012년)는 절반의 성공이다. 조 라이트 감독이 워낙 미술과 의상 조명 구도 등 미장센에 공을 들이는 만큼 볼거리는 훌륭하다. 감독은 특이하게도 이 작품을 연극 무대처럼 꾸민 세트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으례히 러시아 ..

이퀼리브리엄 (블루레이)

커트 위머 감독의 액션은 참 스타일리시하다. '이퀼리브리엄'이 그랬고 '울트라 바이올렛' '솔트' 등 그가 만든 액션물들은 그만의 개성이 어린 댄스같은 액션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 단연 압권은 감독 데뷔작인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년)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독창적 아이디어로 직접 만든 '건 카타'라는 액션을 선보였다. 건 카타는 쉽게 말해 총을 손의 연장으로 보고, 칼처럼 휘두르는 기술이다. 총으로 사람을 때리기도 하고, 여러 명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도 바짝 붙어서 순식간에 쓰러뜨린다. 총을 손의 연장으로 본 것은 그의 독특한 시각이지만, 기관총처럼 총알을 퍼부어대는 쌍권총과 슬로모션 액션은 홍콩 느와르의 영향으로 보인다. 흥행에선 그다지 재미를 못봤지만 건 카타 덕분에 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