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반 레이첼 우드 2

더 레슬러

20년 동안 레슬링을 해 온 사람에게는 사각의 링이 천국이요 무덤이다. 오로지 할 줄 아는게 레슬링 밖에 없으니, 링 위에서는 스타이지만 링 밖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해 결국 링을 벗어날 수 없다. 어디 프로레슬러 뿐이겠는가.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다. 싫든 좋든 20년 동안 몸 담았던 일을 떠나서 하루 아침에 다른 일을 잘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링 위에 서있는 레슬러다. 그런 점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년)는 중년의 인생들을 위한 가슴아픈 송가이다. 내용은 왕년에 스타였으나 지금은 한 물간 전설의 프로레슬러 랜디(미키 루크)가 심장 수술을 받고도 링에 올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링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아바, 퀸의 노래가 뮤지컬로 제작되더니, 이번에는 비틀즈의 노래가 뮤지컬의 소재가 됐다.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inverse, 2007년)는 제목이 말해주듯 비틀즈의 노래 33곡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테이머 감독은 비틀즈의 노래를 때로는 발라드로, 때로는 격렬한 록 비트로, 때로는 폐부를 쥐어짜는 블루스로 적절하게 바꿔가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내용은 비틀즈의 노래가 한창 인기를 끈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다뤘다. 베트남전을 둘러싼 반전문화와 이 속에서 싹튼 히피들의 플라워 무브먼트, 인종차별의 소용돌이 속에 번진 디트로이트 폭동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등 당시 시대상을 노래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었다. 비교적 부드럽게 연결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