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이리언 6

에이리언 (4K 블루레이)

어려서 외계인하면 떠오르던 생각이 문어 형상이었다. 아마 만화책 등에서 봤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Alien, 1979년)은 이 같은 생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벌레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투구 쓴 개 같기도 한 외계 생명체는 경악 그 자체였다. 자웅동체인 에이리언은 기생충처럼 사람의 몸에 알을 낳아 자라나면 몸을 찣고 튀어나와 사람을 잡아먹는다. 총에 맞으면 금속을 녹이는 강한 산성 피를 흘려 피해를 주는 에이리언은 공포와 충격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SF라기보다 밀실 공포물에 가깝다. 어디로 달아날 곳 없는 우주선 안에서 7명의 대원들이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1분 1초가 보는 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만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고, HR ..

에이리언 커버넌트(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 2017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하는 프리퀄은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그중 이 작품이 두 번째에 해당한다. 당연히 이야기는 '프로메테우스'와 이어지게 된다. 특히 '프로메테우스'에서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안드로이드가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프리퀄 시리즈를 연결하는 고리는 시원(始原)이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에이리언의 기원에 집중한다. 과연 누가 에이리언을 창조했는지가 영화의 초점이다. 커버넌트호를 타고 우주 개척지를 향해 ..

리딕 (블루레이)

데이빗 토히 감독의 '리딕 시리즈' 3부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리딕'(Riddick, 2013년)에서 특별한 감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에이리언을 연상케 하는 우주 괴물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범죄의 요소'를 보는 듯한 황갈색 영상은 시종일관 어설픈 짝퉁을 보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게 근육질 배우인 빈 디젤의 화끈한 액션인데 그의 주력 작품인 '분노의 질주'나 '트리플 엑스'에 비하면 그의 활약이 많지 않아서 싱거운 느낌이 든다. 내용은 괴물들이 득시글 거리는 행성에 홀로 남게 된 리딕이 괴물과 자신을 쫓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물리치고 귀환하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전작들을 본 사람들은 점점 더 강도높은 액션을 원할텐데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시리즈를..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예전에 본 '에이리언'은 온통 충격 덩어리였다. 사람의 몸 속에서 부화해 살을 찢고 나오는 외계 생명체는 어떤 괴물보다도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줬다. 그 작품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무서운 에이리언과 더불어 기괴한 형태의 존재였다. 에이리언이 처음 발견된 어느 혹성에 마치 의자에 앉아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형상. 에이리언을 창조한 위대한 디자이너 HR기거의 작품인 스페이스 자키라는 이 형상은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할 때 영감을 준 그림이다. 1편은 이 형상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궁금증만 남긴 채 끝났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어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답을 갖고 돌아 왔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에이리언4 (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4'(Alien: Resurrection, 1997년)는 돌연변이 같은 영화다. 시리즈 가운데 에이리언의 특성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작품이다. 특이한 신체구조와 생존 방식으로 거의 무적의 생물체로 군림했던 에이리언은 사람과 이종교배되면서 사람도 아니요, 에이리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렸다. 여기에 사람의 지능과 감정을 갖고 인간과 교감하는 설정은 에이리언 고유의 독창성과 본류에서 어긋난다. 어찌보면 신선한 시도이지만 에이리언 1편에서 맛봤던 강렬한 충격이 씻겨지는 느낌이어서 실망스럽다. 이 같은 일탈은 아마도 4편까지 이어지며 할 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털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은 리플리까지 되살려낸 20세기폭스사는 급기야 감독마저 할리우드가 아닌 프랑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