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명 4

소살리토

예전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들렸던 곳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다. 금문교에서 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가까운 곳이어서 즐겨 찾았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다양한 집들이 들어선 부촌이다. 소살리토는 높다란 건물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유럽 마을 같다. 고풍스러운 중세도시 같다는 뜻이 아니라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거나 구획 정리가 잘 된 미국 도시 느낌이 덜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들을 따라 갖가지 상점과 여러 모양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 곳에 헤밍웨이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품이나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와..

첨밀밀 (블루레이)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甛蜜蜜, 1996년)은 홍콩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영화다. 이전까지 홍콩영화라면 '영웅본색' 같은 홍콩느와르나 '취권' '외팔이' 시리즈 같은 무협물을 우선 떠올렸다. 그러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홍콩영화도 잘 만든 드라마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 동안 홍콩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다. 개방화 물결이 밀려든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간 남자가 우연히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남자에게는 중국 본토에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있고, 홍콩서 만난 또다른 여인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둘의..

타락천사 (블루레이)

킬러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랑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여인과 마지막 약속을 한다. 여인은 망부석처럼 앉아서 기다리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애잔한 노래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당신을 잊었어. 모든 것을 잊어버렸어. 살아갈 의미 조차 잊어 버린 채 나 자신도 잃어 버렸어...'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화 '타락천사'(1995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관숙이, 셜리 콴이 부르는 노래 '망기타'(忘記他)이다. '그를 잊었다'는 뜻의 제목이 말해주듯 이 노래는 가슴 시린 이별가이다. 영화 속에선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킬러인 여명이 파트너인 이가흔과 이별할 때, 또 한 번은 여명이 이가흔을 잊기 위해 거리에서 만난 막문위와..

무간도3 - 종극무간 (블루레이 박스세트)

절제. 영화도 절제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홍콩 영화 '무간도'는 2편에서 끝내는게 좋았다. 3편인 '무간도3 - 종극무간'(Internal Affaris, 2003년)은 억지로 시리즈를 끌어가기 위해 만든 것처럼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1, 2편이 정교한 플롯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3편은 느닷없이 환상과 정신착란, 심리적 갈등으로 인한 괴로움이 2시간을 채운다. 여기에 큰 흐름과 상관없는 곁가지 같은 연애담까지 곁들여 제대로 오점을 찍었다. 유덕화, 양조위, 여명, 진도명, 진혜림 등 3부작 가운데 가장 많은 스타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했다. 3편은 1편의 엔딩 이후 벌어지는 경찰의 뒷조사로, 인물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캐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늘어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