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열혈남아 2

열혈남아 (블루레이)

어떤 판본을 먼저 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980년대 후반 대학 시절에 처음 본 왕가위 감독의 걸작 '열혈남아'(1987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열혈남아-골든-콜렉션)는 왕걸과 엽환의 노래 '汝是我胸口永遠的通'(너를 보낸 내 가슴은 아프고)로 기억한다. 유덕화가 장만옥의 팔을 낚아 채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든 뒤, 하얗게 부서지는 형광등 불빛 아래서 열렬하게 키스를 나눌 때 흘러 나오던 이 노래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왕걸의 CD를 듣다가 이 노래가 흘러 나오면 가슴이 뛰며 아련함이 밀려 온다. 그만큼 왕걸과 엽환의 노래는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장면들과 기막히게 어울렸다. 따라서 두 사람의 노래가 없는 '열혈남아'는 상상할 수도 없고, 극단..

홍콩 - 구룡 & 침사추이

홍콩 영화를 보면 늘 궁금했던 한 가지가 있다. 홍콩 사람들에게도 소속감이 있을까. 홍콩은 중국의 섬 같은 존재다. 오랜 세월 영국의 조차지로 식민지 아닌 식민지 생활을 하며 중국과 다른 삶을 살았고, 중국에 반환된 지금도 본토와는 또다른 문화를 지닌 낯선 타향 같은 곳이다. 영국도 아니요, 중국도 아닌 무국적자처럼 지낸 홍콩 사람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전에서 과연 누구를 응원할 지, 아니 과연 우리가 맹목적으로 느끼는 최소한의 애국심이라도 있을 지 궁금했다. 그래서 홍콩 영화들은 늘 한 곳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부평초처럼 부유하는 개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월6일부터 사흘 동안 찾은 이번 홍콩여행에서도 그런 것을 여실히 느꼈다. 1999년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

여행 201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