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구리 슌 3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블루레이)

츠키카와 쇼 감독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년)는 무시무시한 제목과 달리 달달하면서도 가슴 아픈 연애담이다. 스미노 요루가 쓴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한 소년과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두 사람이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슬픈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만 1970년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들이 생각난다. 이덕화 임예진이 주연했던 '진짜 진짜 잊지마'(1976년)와 혜은이의 노래로 유명한 '진짜 진짜 좋아해' 등 '진짜 진짜' 시리즈는 1970년대 유명한 순애보 영화들이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던 어느 한쪽의 죽음으로 끝..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

기대 이상의 영화 두 편에 대한 기억이 있다. 하나는 러셀 멀케이 감독의 오락영화 '하이랜더'이고, 또다른 하나는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무사 쥬베이'다. 하이랜더는 목을 자르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전사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대결을 벌이는 내용인데, 이야기도 신선하고 나름 크리스토 램버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무사 쥬베이'는 콘솔 게임 '귀무자'를 애니로 만들면 저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은 환상적인 저패니메이션으로, 요시아키 감독 특유의 성인 취향적인 묘사와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둘 다 이야기와 캐릭터, 그림이 펄펄 살아 있었다. 당연히 두 작품이 만난다면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하이랜더 - 복수의 전사'(Highlander - The Sear..

크로우즈 제로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일본 만화 '크로우즈'는 1991년부터 8년 동안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되며 누적 발행부수가 3,200만 부에 이를 정도로 큰 히트를 친 작품이다. 타카하시 히로시가 그린 이 만화는 고교 깡패들의 패싸움을 다뤘다.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원작을 토대로 만들었지만 원작의 배경보다 1년 전 이야기를 설정해 만들었다. 감독은 유명한 미이케 다카시. 미이케 다카시는 갱들의 폭력적인 삶을 잘 다루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흑사회' 시리즈를 비롯해 '비지터큐' '이치 더 킬러' 등은 잔혹 영상의 극치를 달린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원작에 없는 여고생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유머코드를 곳곳에 삽입해 최대한 원작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다카시 감독의 폭력적인 영상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