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기가미 나오코 3

헬싱키의 '카모메 식당'을 찾아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모메-식당-블루레이) 이다.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이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카모메 식당은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달랐다. 정말 카모메 식당이 맞나 싶어 간판과 주변을 두리번 거렸을 정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식당에서는 이 곳이 맞다는 듯 전면 창에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카모메 식당의 실제 이름은 카빌라 수오미다. 핀란드어로 카빌라는 카페, 수오미는 핀란드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 곳에서는 음료와 식사류를 함께 팔았다. 영화와 달리 이중으로 된 문을 밀고 들어가니 실내..

여행 2015.01.01

안경 (블루레이)

세상사에 지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볼 만한 영화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2007년)이다. 한적한 섬에 휴가를 온 여인이 언뜻보면 괴짜같은 마을 사람들과 조용히 동화돼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가만히 앉아 명상에 잠기듯, 때로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멀거니 창 밖을 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이를 '젖어들기'라는 대사로 표현했다. 주변 환경에 젖어들고, 사람들에 젖어들어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평온함을 말한다. 그만큼 영화는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이나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너무도 무심하게 흐른다. 다행히 코드가 맞다면 이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주는 일상성이 오히려 생경하듯 뜨악한 ..

요시노 이발관

일본 어느 마을, 남자 어린이들은 모두 똑같은 바가지 머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깨비가 잡아간다는 전설에서 시작해 이제는 마을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풍습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도쿄에서 전학생이 온다. 멋드러지게 머리를 길러 넘긴 전학생에 여학생들은 열광하고, 심기가 불편한 마을 어린이들이 그때부터 삐딱선을 타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요시노 이발관'(2004년)은 머리 때문에 벌어진 아이들과 어른들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파격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엉뚱하게 시작한 싱거운 이야기는 아이들 농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허무한 이야기로 1시간 30분을 일관하다가 맥없이 끝맺고 만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독립 영화만 쭉 만들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