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다기리 죠 5

메종 드 히미코 (블루레이)

이누도 잇신 감독은 불편한 소재에서 재미를 끌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메종 드 히미코'(2005년)에서는 게이들을 다뤘다. 그것도 한창 팔팔한 나이가 아닌 이제는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게이들이 모여 사는 게이 양로원이라는 아주 독특한 소재다. 과연 게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다른 집들처럼 편안한 노년을 맞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말년이 더더욱 쓸쓸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를 향한 시선이 누구나 똑같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예전의 화려함이 사라진 게이의 노년은 다른 노인들보다 유독 쓸쓸하며 조심스럽다. 여기에 이누도 잇신 감독은 ..

풍산개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는 김기덕 사단이 만든 영화여서 관심을 끌었다. 말 그대로 제작, 각본을 김기덕 감독이 맡고 연출은 유명한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인 전재홍이 담당했다. 영화는 아니나다를까, 김기덕의 색깔이 짙다. 우선 소재부터 독특하다. 남과 북을 새처럼 자유롭게 오가며 돈받고 심부름을 해주고, 사람도 빼오는 특이한 인물이 주인공이다. 과거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처럼 일상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인간군상에 집착하는 김기덕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다. 다만 김기덕 특유의 잔혹 영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영화를 여성들이 불편해 한다는 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수위를 낮춘 것도 있지만, 상황보다는 캐릭터 내면에 집착하는 전재홍의 색깔이 많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소재가 독특하다보니 이야기를 끝까지..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예쁘장한 소녀가 긴 칼을 휘두르며 사방에 피를 뿌린다. 아리따운 소녀와 피비린내의 잔혹함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묘미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특징이다. 특히 그는 '버수스'에서 웃음과 폭력의 궁합을 끌어냈다면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에서는 절제된 미와 잔혹함의 결합을 선보였다. 그래도 공통점이자 기저를 이루는 것은 역시 끝간데 없는 잔혹 영상이다. 어려서부터 자객으로 자란 소녀가 세상의 전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내용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원작은 1994년에 연재된 코야마 유우의 유명 만화로, 28권이 출간됐으며 8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감독은 원작 중에서도 잔혹한 부분만을 추려낸 것 처럼 시종일관 피의 향연을 펼친다. 고어류의 액션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밑도 끝도 없이 과..

비몽

언제부턴가 뜻한대로 되지는 않고 이 땅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외국의 기대치는 높다. 그래서 아마 김기덕 감독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서서히 변해간다고 느낀 것은 '해안선'부터였다. 이전 작품인 '악어' '파란 대문'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부조리와 치열하게 싸웠기에 공감이 갔고 과격한 표현 방식 또한 그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친 비판이 독이 됐던가. '해안선' 이후 그의 작품들은 그의 내면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시간' 등은 그런대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내러티브)를 갖고 있는데 비해 '해안선' 이후 나머지 작품들은 대중과 괴리돼 있다. '비몽'도 마찬가지다..

영화 2008.10.11

도쿄타워 (SE)

마츠오카 조지 감독의 '도쿄타워'는 가슴 절절한 사모곡이다. 릴리 프랭키라는 필명을 쓰는 나카가와 마사야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가 원작인 이 작품은 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해 암에 걸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2005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2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감정을 절제해 숭고한 어머니의 모습을 단정하게 댜듬어 놓았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은 우리 영화 '가족'과 닮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희생을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감정 과잉으로 치달아 신파조로 흐른 '가족'과 달리 이 작품은 어머니의 고귀한 사랑을 담담하게 그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