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올리버 스톤 8

월스트리트(블루레이)

1985년은 세계 경제 사상 중요한 해였다. 1980년대 초반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달러 발행을 축소하는 긴축통화 정책을 폈다. 그 바람에 물가를 잡았지만 달러 가치가 올라 심각한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급기야 제조업이 나가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미국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G5 재무장관들을 불러 모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가 바꾼 세계 경제 여기서 결정된 것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린 '플라자 합의'다. 그동안 일본 독일 등이 달러 가치 절상을 틈타 미국에 물건을 팔아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봤으니 이제 미국 물건을 수입하라는 압력이었다. 일본 독일이 미국 물건의 수입을..

스카페이스(4K 블루레이)

'세상은 나의 것이다.(The World is Yours)'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의 '스카페이스'(Scarface, 1983년)는 강렬한 문구 만큼이나 화끈한 영화다. 1932년 폴 무니를 유명하게 만든 흑백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쿠바 이민자 출신의 갱이 마약으로 떼돈을 벌었다가 허망하게 스러져가는 얘기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이 부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쓰러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묘사했다. 그 속에는 레이건 정권 시절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던 미국의 어두운 그늘도 녹아 있다. 개봉 당시 미국은 영화처럼 마약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겉으로는 흥청망청 번영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내홍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미국은 1980년대 아메리..

파괴자들 (블루레이)

올리버 스톤 감독이 '파괴자들'(Savages, 2012년)에서 메스를 들이댄 대상은 마약상들이다. 순도 높은 아편을 정제하는 기술자들에게 욕심을 낸 멕시코 거대 마약조직이 인질을 잡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 특이하게도 이번 작품은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거대 마약 조직을 움직이는 멕시코의 여성두목(셀마 헤이엑)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조차 소위 마약 기술자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마치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계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두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력과 암투는 결국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위기의 순간과 결정의 고비에서 결국 흐름을 좌우한 건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마약 조직의 행동대장과 두 명의 기술자들이기 때문. 반면 ..

올리버 스톤의 킬러 - 무삭제 감독판 (블루레이)

1995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든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1994년)가 국내 개봉할 때 말이 많았다. 94년 미국 개봉 때도 영화협회 심의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갈 만큼 폭력성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워너는 95년 초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에 이 영화의 수입 심의를 신청했으나 잔인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3월에 제목을 '내추럴 본 킬러스'에서 '올리버 스톤의 킬러'로 바꿔 재심의를 신청해 통과했다. 이를 두고 우리 영화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 영화계는 "공윤이 폭력 심의를 강화한다며 우리 영화 '해적'은 무참히 가위질해놓고 이보다 훨씬 폭력적인 외국 영화 수입을 허용했다"며 공윤을 비난했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토록 말이 많았을까...

플래툰 (블루레이)

대학 시절에 개봉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Platoon, 1986년)은 전쟁 영화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은 걸작이다. 당시까지 월남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이나 '디어 헌터'처럼 자아 상실 아니면 대부분 미군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달랐다. 미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 집단 광기에 사로잡혀 헤메거나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병영에 틀어박혀 대마초 아니면 술로 공포를 잊고, 전장에서는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움츠리고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선과 악이 갈린다는 점. 미군들은 베트남 양민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이를 말리는 일부 병사들과 대립한다. 같은 소대 병사면서도 대립하는 엘리어스(윌렘 데포)와 반즈(톰 베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