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와타나베 신이치로 4

카우보이 비밥 박스세트 (블루레이)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저패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 1998년)은 말이 필요없는 명작이다. 총 26회로 구성된 이 작품은 먼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현상범을 쫓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다. 작품에 등장하는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카우보이들은 SF물에 서부극을 섞은 듯한 퓨전 스타일의 작품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즉, 배경은 미래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성과 총기 등은 현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1970, 8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소룡의 절권도를 구사하는 주인공부터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액션 장면까지 감성은 지극히 올드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SF 배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한 와타나베..

애니매트릭스 (블루레이)

블루레이로 다시 나온 '애니매트릭스'(The Animatrix, 2003년)는 참으로 경이로운 작품이다. 앤디 존스, 마에다 마히로, 와타나베 신이치로, 카와지리 요시아키, 피터 정 등 유명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해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를 소재로 9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개중에는 실사를 방불케하는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도 있고, 작가의 개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그림의 작품들도 있다. 이야기가 연결되지는 않지만 보노라면 같은 소재를 다르게 표현한 작가들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적 개성이 톡톡 튀는 색다른 그림을 비교해 보는 맛이 쏠쏠하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인 '오시리스의 비행'은 사람과 별차이없는 CG 캐릭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과거 DVD 시절에도..

사무라이 참프루 (Box 1)

독특한 저패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는 '카우보이 비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2004년에 TV시리즈로 만든 작품이다. 해바라기 향이 나는 사무라이를 찾는 소녀와 2명의 방랑 검객이 동행하며 벌이는 모험담을 매회 색다른 에피소드로 그린 이 작품은 시대극에 힙합 음악이 어우러진 퓨전 스타일이다.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전작인 '카우보이 비밥'처럼 매회 독특한 이야기와 개성 강한 조역과 악역들을 등장시켜 흥미진진하게 시리즈를 끌어간다. 적당한 허무와 냉소적인 유머는 전작과 변함이 없고 선혈이 낭자한 하드고어와 은근하게 가미된 에로티시즘이 전작과 다른 점이다. 간결한 선과 깔끔한 색채로 표현한 캐릭터는 영화 '킬빌'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디렉터인 나카자와 카즈토의 솜씨다. 현재 케이블TV..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천국의 문(슈퍼비트)

'카우보이 비밥'은 참 묘한 작품이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나른하다. 마치 명랑만화와 액션만화, 여기에 록비트 음악이 섞인 꼴이다. 어찌보면 느와르같고, 어찌보면 '블레이드 런너'처럼 세기말의 허무함을 담은 SF같은 이 작품은 사실 이 모든 장르의 매력만 따서 모은 퓨전 애니메이션이다. 처음 TV시리즈를 봤을 때에는 '루팡 3세'를 연상케 하는 쿨한 그림에 빠졌고, 두 번째 DVD로 다시 봤을 때에는 칸노 요코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다양한 음악에 반했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내용에 빨려들었다. 그만큼 여러 번 되풀이해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만든 극장판 장편인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또한 기대가 컸다. 여전히 훌륭한 그림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