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우희진 2

원더풀 데이즈 - 감독판 (블루레이)

김문생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 2003년)는 우리 애니메이션계에서 독특한 시도를 한 작품이다. 우선 인물들을 2차원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뒤 실사 촬영한 배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드는 3중처리 과정을 거쳤다. 그 바람에 일부 영상들은 실사 영화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을 보여준다. 특히 미니어처를 제작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미르 풍경 등은 다층 레이어를 통해 영상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부실한 이야기다. 미래의 에코반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세력과 이를 벗어나려는 세력과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고, 흡입력 또한 떨어진다. 모두에게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부분은 영화 '토탈리콜'..

남영동 1985

타인의 고통을 무덤덤하게 바라본다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은 참 불편한 영화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민청련 사건으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실제로 겪었던 고문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한마디로 고문의 일대기다. 시종일관 약 2시간 동안 처절하게 울리는 비명 속에 한 남자가 고문 당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 영화는 밑도 끝도없이 시작하자마자 고문실로 잡아들인 남자를 족치며 시작한다. 무슨 영화가 줄거리도 없이 무조건 고문으로 때울 수 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네 과거가 실제로 그랬다. 밑도 끝도 없이 멀쩡히 길가던 사람을 잡아다가 무지막지한 고문으로 빨갱이를 만든 역사가 있다. 그러니 영화..

영화 201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