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워렌 비티 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블루레이)

1920~30년대 미국의 암흑가를 다룬 영화들은 유독 안티 히어로물이 많다. '퍼블릭 에너미' '스카페이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 당시 갱들은 범죄로 악명을 떨쳤지만 한편으로 서민들에게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대공황이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이 못먹고 못사는 서민들의 울분을 범죄자들로 하여금 대신 표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보니와 클라이드는 은행을 털어도 서민들의 돈은 가져가지 않는 행동으로 서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년)는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했던 두 명의 전설적인 갱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최후..

벅시 (확장판)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숱하게 들렸던 라스베이거스 출장 중에 사하라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사하라 호텔 건너편에는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전설이 시작된 플라멩고 힐튼 호텔이 있다. 밤이면 분홍색으로 곱게 빛나는 플라멩고 힐튼은 라스베이거스를 만든 인물로 알려진 전설적인 갱 벅시 시겔의 플라멩고 호텔을 힐튼가에서 사들여 증축하고 이름을 바꾼 곳이다. 워렌 비티가 제작, 주연을 맡고 배리 레빈슨 감독이 연출한 '벅시'(Bugsy, 1991년)는 1940년대 미국 암흑가를 주름잡은 갱 벅시 시겔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본명이 벤자민 시겔인 벅시 시겔은 13세때 미국의 마피아 조직을 일으킨 대부 럭키 루치아노를 알게 된다. 힘 세고 배짱이 좋았던 시겔은 랜스키와 함께 루치아노의 살인청부업자로 활약한다...

딕 트레이시

워렌 비티(Warren Beaty)가 감독, 주연한 '딕 트레이시'(Dick Tracy, 1990년)는 보고 나면 현란한 색깔만 기억난다. 체스터 굴드의 만화를 필름에 담은 이 작품은 만화를 각색한 작품답게 온통 그림 같은 풍경들로 가득하다. 현실세계에서 볼 수 없는 기이한 몰골의 인물들, 마찬가지로 만화책에나 어울릴 법한 찬란한 원색의 의상들이 물결친다. 반면 내용은 없다. 도시를 장악하려는 악당과 맞서는 형사 딕 트레이시의 활약이 줄거리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 전개와 빈약한 에피소드, 싱거운 인물 관계는 영화를 도식적인 틀 안에 가둬버리고 말았다. 알록달록한 그림만 보고 말게 아니라면 상영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지는 영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