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윌리엄 홀든 4

콰이강의 다리(4K)

일본은 진주만 기습을 한 이듬해인 1942년 4월 조선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강제 징용했다. 이렇게 전국에서 가려낸 사람이 3,000여 명. 이 가운데 친일파 자제들을 제외한 2,700명이 군속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침략한 동남아 전선에 파견됐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300명은 태국의 콰이강다리 공사현장인 제4 포로수용소 일대로 보내졌다. 원작에 없는 한국 소설 '콰이강의 다리'에 숨은 비극 그들은 그곳에서 다리 공사에 강제 동원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며 통역 등 일본군 보조 일을 했다. 그 가운데 홍종묵 씨는 제4 포로수용소장과 영국군 포로 대표 사이에 통역을 맡았다. 그렇다 보니 포로들의 미움과 일본군의 차별 등 이중고를 겪었다. 그 바람에 끌려간 조선인 군속들은 1945년 일본 패전 후..

타워링 (블루레이)

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 감독의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물 화재를 다룬 '타워링'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어윈 앨런이 제작했는데, 1980년 개봉한 '대지진'도 그의 작품이어서 재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8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천과 밀양 등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영화 내용이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재난 영화가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위기와 이를 극..

와일드 번치(SE)

폭력 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샘 페킨파(Sam Peckinpah) 감독의 위대한 걸작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년)가 골든레이블 DVD로 새롭게 나왔다. 기존판과 달리 영상을 애너모픽 처리했으며 음성해설은 물론이고 2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한 부록에 모두 한글 자막을 집어넣었다. 이 영화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다. 서부 시대 마지막 무법자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통해 폭력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막판 주인공들이 멕시코 반란군과 벌이는 총격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슬로 모션 처리를 통해 한 편의 군무를 보는 것처럼 처절하면서도 황홀한 그림을 보여준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

선셋 대로(SE)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이 만든 흑백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 1950년)는 참으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가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재기를 노리다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게 되는 사건을 통해 비정한 할리우드의 내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작품이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웃음과 비극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끌어간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이다. 특히 왕년의 스타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무려 55년 전 작품인데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 새삼 할리우드의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