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선 3

돈 크라이 마미

김용한 감독의 입봉작인 '돈 크라이 마미'(2012년)는 두 번 보기 힘든 작품이다.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뒤 어머니가 대신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여고생이 불량 청소년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는 지켜보기 고통스러울 만큼 끔찍하다. 자극적인 노출이 없어도 지켜보기 힘들 만큼 상황 자체가 여고생에게 가혹하다. 감독이 문제 삼는 것은 그렇다고 피해자에 대한 확실한 구제나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이다. 가해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여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은 그렇다 쳐도 피해를 당한 여학생에 대한 확실한 보호가 없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피해자의 대한 보호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은 다시 동일한 불량..

이끼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를 보기 전에 윤태호가 그린 원작 만화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내용을 미리 알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의 그림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작에 얽매이지 않고 영화를 담백하게 볼 수 있었다. 원작을 배제하고 본 영화는 밀실 추리소설 같은 작품이다. 비록 주인공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다양한 인물과 공간이 등장하지만 사건의 무대는 권력자인 이장이 지배하는 어느 외딴 마을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어느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은 결국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점에서 밀실 추리소설과 다름없다. 그만큼 영화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곧 주어진 5장의 패를 들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커게임 같다는 소리다. 얼마 되지..

영화 2010.07.17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4인용 식탁'(2003년). 다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낼 수 있는 여자와 귀신을 본 남자가 만나는 심리 미스터리물이다. 공포물에 처음 도전한 박신양과 엽기녀 이미지에서 탈피를 시도한 전지현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귀신이나 잔혹한 장면 없이 공포감을 주는 시도는 좋았으나 산만한 구성과 미흡한 설명 때문에 난해한 작품이 돼 버렸다. 보고 나면 더위를 날려버리는 공포보다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특히 쓸데없이 과도한 음량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잡스러운 장난이 불쾌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무난하다. 실버 리텐션 처리된 화면은 그라인더로 곱게 갈아낸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돌비 디지털 5.1과 DTS를 지원하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