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유성영화 3

재즈싱어 (블루레이)

1927년 10월6일은 워너브라더스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영화가 말을 했기 때문이다. 1923년 설립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는 경영이 좋지 않아 문 닫을 위기에 놓이자, 무성영화 일색이던 1926년에 '돈 주앙'이라는 영화에 부분적으로 음향을 집어 넣으며 유성영화를 실험했다. 여기서 성공 가능성을 본 워너는 이듬해, 주요 대사는 자막처리했지만 음악과 노래, 한 줄 짜리 대사를 음성으로 집어 넣은 유성영화를 내놓았다. 이 작품이 바로 최초의 장편 유성영화로 기록된 앨런 크로슬랜드 감독의 '재즈싱어'(The Jazz Singer, 1927년)다. 이 작품은 최초의 뮤지컬영화이기도 하다. 내용은 유대인 소년이 가출해 재즈가수로 성공한 뒤 아버지의 뜻대로 유대교회..

위대한 독재자

찰리 채플린이 각본 감독 제작에 주연까지 한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1940년)는 정치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독일의 독재자로 부상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를 대놓고 비웃었다. 대상은 히틀러였지만, 정확하게는 파시즘에 대한 채플린의 증오가 서린 작품이다. 그는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는 히틀러를 본능적으로 싫어했고 무솔리니와 함께 싸잡아 비판했다. 단순히 히틀러를 우습게만 그린게 아니라, 실제로 무솔리니와 신경전을 벌이던 역학 관계, 파시즘의 집단 광기를 정확하게 꼬집었다. 무엇보다 실제 히틀러와 흡사하게 억양과 제스처까지 따라한 채플린의 연기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채플린은 파시즘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

시티 라이트

찰리 채플린은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도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1927년 '재즈 싱어'와 192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유성영화 바람이 몰아쳤을 때 그는 유독 무성영화를 고집했다. 채플린이 무성영화를 고집한 이유는 한가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팬터마임에 능한 배우였고 롱 테이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독자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성영화가 유행해도 자신이 만든 무성영화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시티 라이트'(City Lights, 1931년)다. 떠돌이 부랑자가 꽃을 파는 아름다운 맹인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그는 부랑자의 맹목적 헌신과 이를 통해 맹인 소녀가 사랑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