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윤일봉 4

깊은 밤 갑자기(블루레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활약한 고영남 감독은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한 다작 감독이다. 총 제작편수가 105편이어서 임권택 감독보다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만그만한 대중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1981년 개봉한 '깊은 밤 갑자기'는 단연 그의 연출력이 빛나는 공포물이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의 공포를 기괴한 영상과 사이키델릭한 음악으로 잘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정서란 무속신앙을 말한다. 내용은 부잣집 곤충학자(윤일봉)의 집에 어린 미옥(이기선)이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다. 당연히 학자의 아내 선희(김영애)는 한 집에 사는 미옥을 질투하고 시기한다. 그러면서 미옥이 가져온 무당 인..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

바보들의 행진(블루레이)

1970년대, 80년대 금지곡 중에는 영화음악이 많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왔던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암울했던 시기여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가사에도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CD로 OST까지 나왔지만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폐지된 1996년까지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판매도 할 수 없는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을 떠올리면 영상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영화도 거칠것 없는 가사의 노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미..

우요일

1970년대는 정윤희의 시대였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 등 트로이카 1세대에 이어 1970년대는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2세대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주름잡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은 정윤희다. 프로필에 알려진 것과 달리 16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아한 외모와 성적인 매력을 함께 갖춘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는 드라마 영화 광고 잡지 등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했고, 그가 나오는 달력 또한 매우 인기가 좋았다. 그 당시엔 극장보다 TV에서 그를 더 많이 봤는데, 한진희와 함께 주연한 드라마 등등이 기억난다. 특히 조용필의 유명한 히트곡 '촛불' '비련' 등이 주제가로 쓰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