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나영 4

하울링

개를 살인 교사에 이용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바스커빌가의 개'였다. 아더 코난 도일 경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인 이 작품은 지옥의 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늑대개가 사람을 잇따라 물어죽이는 연쇄살인을 다룬 유하 감독의 '하울링'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가 사람의 목줄을 물어뜯는다는 설정은 그럴 법 하기에 섬찟하다. 다만 주변에서 늑대개를 본 적이 없기에, 이들을 훈련시켜 살인무기로 쓴다는 설정이 가능한 지 모르겠다. 과학적 진실과 개연성을 떠나 일본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소재의 참신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늑대개라는 설정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가까이지낸 가축인 개와..

영화 2012.02.18

비몽

언제부턴가 뜻한대로 되지는 않고 이 땅의 사람들은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외국의 기대치는 높다. 그래서 아마 김기덕 감독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서서히 변해간다고 느낀 것은 '해안선'부터였다. 이전 작품인 '악어' '파란 대문' '섬'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부조리와 치열하게 싸웠기에 공감이 갔고 과격한 표현 방식 또한 그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친 비판이 독이 됐던가. '해안선' 이후 그의 작품들은 그의 내면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시간' 등은 그런대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내러티브)를 갖고 있는데 비해 '해안선' 이후 나머지 작품들은 대중과 괴리돼 있다. '비몽'도 마찬가지다..

영화 2008.10.11

아는 여자 (SE)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

아는 여자

장진 감독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 솔직히 어른들이 이런 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매번 철학자처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찌보면 사랑에 대한 장진 감독의 생각이 그만큼 순수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아니면 순수를 가장했거나.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한 만큼 적절하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약간 늘어진다 싶으면 잔잔한 웃음거리라도 하나 툭 던지는 식이어서, 예전 장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투박하고 거친 역할만 하던 정재영이 멜로 연기를 한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정재영은 이 작품에서 그다운 멜로 연기를 선보입니다. 6월10일 열렸던 기자 시사회때 인사차 무대에 오른 정재영은 "변신..

영화 200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