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누도 잇신 2

메종 드 히미코 (블루레이)

이누도 잇신 감독은 불편한 소재에서 재미를 끌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장애인의 사랑을 다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메종 드 히미코'(2005년)에서는 게이들을 다뤘다. 그것도 한창 팔팔한 나이가 아닌 이제는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게이들이 모여 사는 게이 양로원이라는 아주 독특한 소재다. 과연 게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다른 집들처럼 편안한 노년을 맞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말년이 더더욱 쓸쓸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동성을 사랑하는 게이를 향한 시선이 누구나 똑같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예전의 화려함이 사라진 게이의 노년은 다른 노인들보다 유독 쓸쓸하며 조심스럽다. 여기에 이누도 잇신 감독은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는 변심한 애인에게 묻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만큼 사랑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상우는 몰랐다. 더 할 수 없이 순진한 사랑은 그렇게 현실이란 칼날에 상처를 입고 성숙해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년)의 주인공들은 그런 점에서 참으로 영악한 사랑을 한다. 상우보다 어린 그들은 변해가는 현실에 달라지는 사랑을 묵묵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에서 오히려 상우보다 어른스런 사랑을 한다. 이 작품은 철부지 대학생이 몸이 불편한 장애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렸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원작인 타나베 세이코의 아주 짧은 단편소설에 강하지 않은 갖가지 양념들을 곁들여 기다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