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도경 2

퍼펙트 게임

지금은 고인이 된 롯데 자이언츠의 명투수 최동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투 아웃 이후 2 스트라이크 3볼 풀 카운트 상황, 사람들은 마운드에 선 최동원만 바라 봤다. 크게 와인드업 한 뒤, 내리 꽂 듯 공을 던지자 마자 최동원은 포수 쪽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터덜 터덜 마운드를 걸어 내려 갔다. 볼 것도 없이 스트라이크라는 오만함과 자신감의 표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심판의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는 요란한 몸짓이 곧바로 이어진다. 이를 TV로 지켜보며 그의 담대함과 자신감에 절로 경탄했던 기억이 난다. 비단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롯데 팬으로 보이는 박현욱의 장편 소설 '새는'에도 초반 최동원에 대한 같은 얘기가 나온다.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은 프로야구 ..

베스트셀러

이정호 감독의 '베스트셀러'는 미스터리보다 괴기물에 가깝다. 얼개는 추리 소설의 형태를 따라가지만 내용은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이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에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가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분위기로 긴장감을 몰아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유장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관객의 진을 빼놓는다. 그렇다보니 후반부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전반부와 반대로 비약이 심하다. 관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해결을 위해 너무 무리하고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는 느낌이다. 결국 논리적 전개에 구멍이 뚫리다보니 미스터리의 지적 유희를 놓치고 괴담으로만 치닫고 말았다. 그렇다고 괴담이 아주 몸서리쳐질 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미스터리도 아니요 괴담도 아닌 어정쩡한 작..

영화 201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