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문식 6

구타유발자들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2006년)은 다분히 연극적인 영화다. 강원도 산골 개울가라는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통털어 8명 뿐인 배우들이 지지고 볶는다. 열려 있는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달아날 수 없는 상황은 밀실에서 느끼는 폐쇄공포증같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의 주제가 낯선 곳에서 느끼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다보니 긴장감의 강도가 만만찮다. 내용은 여제자를 유혹하려고 낯선 산골로 들어간 대학 교수가 뜻하지 않게 지역 불량배들을 만나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그렸다. 여기에 돌발변수처럼 동네 경찰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영화는 습관처럼 때리고 맞는 폭력의 내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때린 사람은 경찰이 되고 맞던 사람은 또 맞는다"는 한석규의 대사는 때리고 맞는 사..

범죄의 재구성 (블루레이)

악인들의 세계를 즐겨 다루는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2004년)은 범죄 3부작의 시작이다. 사기꾼이 나오는 이 작품으로 출발해 도박꾼이 나오는 '타짜', 도둑이 나오는 '도둑들'로 이어진다. 이 작품들을 보면 일종의 패턴이 있다. 여러 명의 스타가 우루루 나와 저마다 가진 개성과 특기로 팀웍을 이뤄 한 탕 사건을 벌이는 것. '이탈리안 잡'이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다. 여기에 마치 김수현 드라마를 보듯 캐릭터들은 어찌 그리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대사를 쉼없이 내뱉는 지 할리우드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의 영화는 지극히 이국적이다. 그 색다름이 그의 영화가 주는 재미이자 생경함이다. 즉, 재미있으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낯설음이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공공의 적 1-1 강철중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1-1 강철중'(2008년)은 제목이 보여주듯 1편의 인기에 기댄 작품이다. 전작에 좌충우돌 막무가내 형사로 인기를 끈 강철중(설경구)은 물론이고 엄 반장(강신일), 무식해서 웃음을 줬던 산수(이문식), 전문 칼잡이 용만(유해진)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런데 제목과 배역만 빌려왔을 뿐 재미까지 가져오는데는 실패했다. 전작에서 폭죽처럼 터졌던 웃음은 사그라들었고, 천인공노할 악역에 대한 공분도 희석됐다. 전작은 탄탄한 드라마 덕분에 웃음이 터지는 코미디이면서도 적당한 스릴러의 구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전작의 분위기만 흉내냈을 뿐 스릴러하고는 거리가 멀다. 경찰서에 찾아온 범인과의 대면, 시체실 부검, 오밤중 결투까지 전작을 너무 흉내냈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

로맨틱 아일랜드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일탈을 생각해 본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취직도 안되고 벌이도 시원치 않고 미래가 불안하다면 더더욱 그럴만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저 일탈은 머리 속 생각일 뿐, 기껏해야 휴가를 통해 환상을 충족할 뿐이다. 강철우 감독의 '로맨틱 아일랜드'(2008년)는 이 같은 환상을 그린 영화다. 일에, 병마에 시달리는 6명의 남녀가 필리핀 여행지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되돌아 보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환상이나 다름없다. 6명의 남녀 커플은 이선균, 이수경, 이민기, 유진, 이문식, 이일화 등이 맡았다. 제목이 말해주듯 내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로맨스로 흐른다. 백수 청년(이민기)이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여인이 하필..

영화 2009.01.04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년)은 제목이 말해주듯 1편의 아류작이다. '공공의 적 3'가 아닌 굳이 '공공의 적 1-1'을 고집한 이유는 1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 감독의 의지다. 워낙 2편이 형사에서 검사로 비약하는 등 뜬금없이 주인공의 설정이 바뀌면서 이야기 방향 또한 크게 달랐기 때문. 그만큼 2편은 좌충우돌 막무가내 형사인 강철중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흥행 실패작이 돼버렸다. 결국 강 감독이 1편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를 반영하듯 강철중은 강동서 강력반으로 돌아왔고, 강신일이 연기한 반장, 1편의 산수 캐릭터를 연기한 이문식, 칼잡이 유해진 등 조연 캐릭터들까지 그대로 살아났다. 아쉬운 것은 1편만큼 이야기의 임팩트가 강하..

영화 200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