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미숙 4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블루레이)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내용이 야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조선시대 풍속을 재현한 의상과 음식, 풍경 등 갖가지 볼거리가 화사한 색감으로 수놓듯 펼쳐진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고증을 거쳤고, 현재 제일모직 전무로 있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정구호씨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해 '구호' 브랜드에서 보여준 패션감각을 배우들의 의상과 각종 소품 등에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이 작품은 색이 곱다. 배우들이 입고 나온 파스텔톤의 의상부터 진한 원색까지 손대면 그대로 묻어날 듯 색이 선명하다. DVD 타이틀에서는 극장에서 본 색이 제대로 살지 않아 안타까웠는데 블루레이는 근접한 느낌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조선시대 바람둥이 양반..

'애마부인' '뽕' '어우동'은 1980년대 에로물의 대명사였다.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야한 영상을 제대로 못 본 청춘들이 숱하게 이 작품들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면서 야한 영화로 소문이 났다. 그렇지만 이제와 다시 보니 몇몇 작품은 그런 평가가 꽤 억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두용 감독의 '뽕'(1986년)이다.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름에 미쳐 전국을 떠도는 남편 때문에 홀로 살아가는 여자가 살기 위해 뭇남성들과 몸을 섞는 얘기다. 내용만 보면 무조건 야한 영화 같지만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대로 못먹고 못입고 살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스며있다. 원작은 더 이상 떨어질 때 없는 빈한한 서민들의 삶을 가정파탄적..

여배우들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2009년)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보는 토크쇼 같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 유명 여배우들 6명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흔치 않은 영화이기에 호기심을 갖고 봤으나 어찌나 카메라를 흔들어 대는 지 멀미가 날 지경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여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들고 찍기를 한 탓이다. 하지만 이는 감독의 자가당착일 뿐이다. 카메라용 모니터나 편집실의 작은 모니터로 보면 들고 찍기 화면이 그럴 듯 해 보일 지 모르지만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키워 놓으면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탄 것처럼 화면이 춤을 춘다.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바짝 당겨 찍은 화면이 어찌나 심하게 일렁이는 지, '태극기 휘날리며'의 초반 장면을 보..

영화 2009.12.12

...ing

영상원 1기 졸업생 이언희 감독의 데뷔작 '...ing'(2003년)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여고생과 엄마, 그리고 아래층 청년 사이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다분히 소녀 취향의 멜로물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소소하게 흘러간다. 스토리는 그렇더라도 소녀가 죽는 이유나 인물들의 관계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옥탑방 고양이'로 뜬 김래원과 '장화, 홍련'의 임수정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말고 이렇다 하게 끌리는 것이 없는 작품.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투명하지 못하다. 필터를 사용한 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잔잔한 편. 서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