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민기 3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그만그만한 사랑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어줍잖은 일로 다투다가 헤어져 다시 만나는, 일상적인 연애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과정이 치열하다는 점. 육두문자를 날리고 서로의 선물을 때려부수며 사랑이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연애'라고 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흔한 연애다. 이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한 이야기는 그만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반면, 굳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돈내고 봐야 할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직장 커플인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 이야기와 캐릭터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덧칠을 했다. 은행 다니는 사람들이 보면 불쾌하..

영화 2013.03.29

해운대

한국형 본격 재난영화를 표방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피서철 사람들이 몰리는 휴양지인 해운대를 무대로 선택한 점과 2004년 서남아시아를 덮친 재해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쓰나미를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내용은 최근 동해안에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대마도를 강타하면서 그 여파로 부산 해운대에 거대한 메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구성은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거대한 자연의 파괴력을 동반한 재난으로 아수라장이 된 후, 다시 삶이 바뀌는 전형적인 재난물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결국 구성이 같을 수 밖에 없다면 승부는 얼마나 재난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가에 달렸다. 그런 ..

영화 2009.07.26

로맨틱 아일랜드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일탈을 생각해 본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 취직도 안되고 벌이도 시원치 않고 미래가 불안하다면 더더욱 그럴만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그저 일탈은 머리 속 생각일 뿐, 기껏해야 휴가를 통해 환상을 충족할 뿐이다. 강철우 감독의 '로맨틱 아일랜드'(2008년)는 이 같은 환상을 그린 영화다. 일에, 병마에 시달리는 6명의 남녀가 필리핀 여행지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되돌아 보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환상이나 다름없다. 6명의 남녀 커플은 이선균, 이수경, 이민기, 유진, 이문식, 이일화 등이 맡았다. 제목이 말해주듯 내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로맨스로 흐른다. 백수 청년(이민기)이 우연히 공항에서 만난 여인이 하필..

영화 200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