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승현 2

바보들의 행진(블루레이)

1970년대, 80년대 금지곡 중에는 영화음악이 많았다.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왔던 윤시내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송창식의 '왜 불러' '고래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암울했던 시기여서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가사에도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최고봉은 단연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CD로 OST까지 나왔지만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폐지된 1996년까지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판매도 할 수 없는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을 떠올리면 영상보다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영화도 거칠것 없는 가사의 노래만큼이나 파격적이다. 미..

고교 얄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소위 학원소설이라고 불리던 명랑 소설을 꽤나 열심히 읽었다. 당시 아리랑사에서 나온 조흔파, 오영민 등의 소설은 너무 웃어서 눈물을 쏙 빼놓을 만큼 재미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얄개전' '악도리 쌍쌍' '에너지 선생' '고명아들' 등 조흔파의 소설은 압권이었다. 이 책들이 지금 다시 그대로 나오면 좋으련만, 최근 나온 '에너지 선생'은 일부 내용을 빼먹은 채 출간돼 아쉬움이 크다. 석래명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고교 얄개'는 타계한 작가 조흔파가 1954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얄개는 장난꾸러기라는 뜻의 사투리. 제목이 말해주듯 장난만 치는 고교생이 개과천선해 친구를 돕는 내용이다. 원작은 나름대로 적절한 유머와 페이소스가 있는데, 영화는 시간 관계상 원작을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