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완 맥그리거 16

미녀와 야수(블루레이, 실사판)

빌 콘돈(Bill Condon) 감독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년)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히트한 작품을 실사로 옮긴 영화다. 내용은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댄 스티븐스 Dan Stevens)와 그를 감화시킨 미녀 벨(엠마 왓슨 Emma Watson)의 사랑 이야기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판은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전자를 따랐다. 즉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똑같이 재현했다. 관건은 야수를 비롯해 가구로 변한 사람들과 '환타지아'처럼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화려한 군무다. 콘돈 감독도 이 부분은 대안이 없어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고 일부 구성을 ..

닥터 슬립(4K 블루레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위대한 공포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명작이다. 이 작품은 귀신이나 연쇄살인마 같은 끔찍한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다뤘다. 큐브릭 감독은 참으로 길고 험난한 내면의 싸움을 통해 외부로 드러난 상대보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공포가 얼마나 더 무서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이 작품이 여타의 공포물과 다른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원작인 스티븐 킹의 소설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를 묘사했다. 그런 위대한 작품의 속편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도전일 수 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닥터 슬립'(Doctor Sleep, 2019년)은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작품이다. 샤이닝의 속편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전작에서 어린 소년이었던 대니(이완 맥그리거)가..

블랙 호크 다운(4K 블루레이)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우리에게 해적 국가로 유명하다. 툭하면 해적들이 나타나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습격해 인질을 잡고 몸값을 요구한다. 우리 상선도 여러 번 습격당했는데 그중2011년 나포된 삼호해운 소속 삼호주얼리 호는 우리 해군이 직접 구출했다. 당시 청해부대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펼쳐 석해균 선장을 포함해 인질로 잡혔던 선원들을 구했다. 소말리아가 이렇게 해적 국가로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은 오랜 기근과 내전으로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1991년 반정부 무장세력을 이끌던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는 쿠데타를 일으켜 22년간 나라를 통치하던 시아드 바레 대통령을 내쫓고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무장세력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소말리아는 내란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기근까지 ..

벨벳 골드마인(블루레이)

토드 헤인즈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 1998년)은 글램록을 위한 송가다. 글램록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아니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글램록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내용은 어느 기자가 1970년대 공연 도중 총을 맞은 글램록 스타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과정을 다뤘다. 기자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글램록이 무엇인지 실체를 보여준다. 1970년대 시작된 글램록은 요란한 화장이나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남자 가수들도 여성들처럼 화장을 하고 반짝이 의상이나 강렬한 원색 의상을 입었다. 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거침없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가사 또한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내용들을 담았다. 특히 그들은 동성애나 양..

T2 트레인스포팅2(블루레이)

"우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영화 속 이 대사가 'T2 트레인스포팅2'(T2: Trainspotting 2, 2017년)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작의 악동들이 20년 뒤 다시 뭉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배신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한탕을 다룬 펑크 소설, 펑크 뮤직 같은 이야기다. 세월은 흘러서 외모는 변하고 세상도 달라졌지만 작품 속 네 친구들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마약을 끊고 갱생을 모색하지만 핏줄 속에 꿈틀거리는 본연의 일탈과 반항의 악동 기질이 여전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변화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조화다. 우선 변하지 않는 것은 인물들이다.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이 20년 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