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장호 3

바보선언(블루레이)

고난은 때론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1983년)이 그런 영화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해 주목받던 그는 1976년 대마초 파동으로 단속에 걸려 4년간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힘들게 4년의 공백을 보낸 후 그는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소외계층 이야기를 다루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등장한 작품이 바로 1980년대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다룬 이 영화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원작자 이동철이다. 이동철을 알아야 더 잘 보이는 영화 이동철을 모르면, 특히 그가 구술하고 작가 황석영이 대필한 자전 소설 '어둠의 자식들'을 읽지 않으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어둠의 자식들'은 온통 욕설과 괄호 속 뜻풀이가 없으면 알아듣기 힘든..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