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장희 3

별들의 고향(블루레이)

영화 감독 이장호와 소설가 최인호에게 항상 따라붙는 작품이 있다. 바로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호스티스 생활을 하던 경아라는 여인을 통해 1970년대 도시인의 부조리하고 공허한 삶을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대중문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을 1972년 조선일보에 연재하며 주목을 받은 최인호는 이후 대표적 대중소설가로 부상했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감독 데뷔한 이장호는 70년대 우리 대중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원죄를 갖고 있다. 70년대 초반 우리 영화는 외화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땜빵으로 대충 만들던 관행이 강했으나, 이 작품이 흥행하며 제대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1974년 개봉한 이 작품의 흥행 성적은 46만6,0..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매달 글을 쓰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주제였다. '비터 로맨스'. 말 그대로 쓰디쓴 사랑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정했다. 원고를 맡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남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얘기하지만 결말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여인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슬그머니 여인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 화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며 슬픈 표정도 아닌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선다. 그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가 만든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