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토 아유미 3

소라닌(블루레이)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소라닌'(ソラニン, 2010년)은 크게 기대할 것 없는 진부한 청춘 멜로물이다. 아사노 이니오가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한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밴드를 하는 20대 남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동거하며 6년째 열애 중인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네다(코라 켄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메이코는 더 이상 원치 않은 직장에 다니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타네다도 작곡에 몰두한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에 비해 현실은 냉혹하다. 타네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일상에 지쳐 음악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렇게 꿈을 접는 타네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연인의 죽음으..

릴리 슈슈의 모든 것(블루레이)

시작은 장난이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자들의 시나리오를 투고받는 시나동이라는 코너를 운영했다.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팀은 여기 올라온 글을 읽고 괜찮으면 현역 프로듀서에게 전달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기에 직접 쓴 시나리오를 익명으로 올리는 장난을 생각했다. 장난처럼 시작된 영화 실제 올리지는 않았으나 이때 슌지 감독이 쓴 몇 장의 원고가 훗날 '릴리 슈슈의 모든 것'(All About Lily Chou Chou, 2001년)의 원안이 됐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완성되지 않은 원고를 토대로 2000년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방식이 독특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게시판을 열어 놓고 글을 읽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쏟아낼 수 있도록..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Swallowtai butterflyl, 1996년)는 '언두' '피크닉' '릴리슈슈의 모든 것'과 함께 '검은 이와이' 계열로 꼽히는 작품이다. '러브레터' '4월이야기' 등 '화이트 이와이'가 곱디고운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검은 이와이는 상실, 죽음, 허무 등 세상의 어두운 내면을 이야기한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서로 대비되는 작품들은 어찌보면 양지와 음지처럼 조화를 이루는 이와이 슌지의 세계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슌지 감독이 가장 먼저 기획한 작품이다. 어찌보면 데뷔작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화가 늦어지면서 그가 기획했던 영상과 장면들은 '언두'와 '피크닉' '러브레터' 등 나중에 기획된 작품들에 먼저 쓰이면서 정작 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