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일본 영화 2

꽁치의 맛(블루레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해서 좋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 흔한 얘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새삼 거장의 무게를 느낀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1962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만춘' '가을 햇살' 등 그의 전작들에서 되풀이된 홀로 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한 황혼을 맞는 이야기다. 류 치슈, 오카다 마리코, 미카미 신니치로, 나카무라 노부오 등 출연진도 '가을 햇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 햇살'이 혼자 남은 나이 든 중년 여성이 과년한 딸 걱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혼자 남은 중년 남성의 외동딸 걱정을 다뤘다. 근저에는 아버지가 됐든,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모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

허니와 클로버 (블루레이)

우미노 치카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타카다 마사히로 감독의 '허니와 클로버'(2006년)는 미대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영화다. 하지만 10권에 이르는 원작 만화를 2시간에 압축하다보니 이야기가 촘촘하지 못하고 성기다. 인물들의 감정 기복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이야기 쫓아가기에 급급하다보니 공감하기 힘든 작품이 돼버렸다. 원작 만화를 읽고 본다면 어느 정도 인물들에 녹아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징검다리를 건너듯 성큼성큼 진행되는 이야기가 마냥 지루할 수 있다. 특히 남녀간에 얽히고 설키는 감정선의 묘사는 마치 1970년대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늘어진다. 뻔히 전개의 양상이 보이는 데도 답답한 대사와 영상으로 일관한 것은 연출력의 한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칸노 요코의 음악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