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임예진 2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진짜 진짜 좋아해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좋아해'(1978년)는 고교 얄개 시리즈와 더불어 1970년대 하이틴 영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당시 하이틴 영화는 순애보 일색이다. 서슬퍼런 유신정권 아래에서 폭압적인 긴급조치가 세상을 누르던 시절이라 별다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기에, 온통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 아니면 눈물 콧물 빼는 이야기들 뿐이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마라톤 우승을 꿈꾸는 고학생과 여고생의 애틋한 사랑은 남학생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졸지에 비극이 되고 만다.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앳된 모습의 임예진을 볼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출연 당시 18세였던 그의 모습을 보면 3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작품에는 70년대 추억이 잔뜩 묻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