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자일스 너트건스 2

로스트 인 더스트(블루레이)

데이비드 맥켄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2016년)는 황량한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판 서부극이다. 내용은 연달아 은행을 터는 두 형제와 이를 쫓는 보안관들의 이야기다. 두 형제는 마치 서부개척시대 무법자들처럼 복면을 쓴 채 은행을 털고, 보안관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이들의 뒤를 쫓는다. 얼핏 보면 선과 악이 대비되는 구도이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악은 따로 있다. 바로 금융자본주의의 주역인 은행이다. 평생 죄 한 번 짓지 않고 산 주인공(크리스 파인)은 어머니가 은행에 진 빚 때문에 유일한 유산인 농장을 은행에 빼앗기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총을 든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농장이지만 주인공에게는 이혼한 아내와 자식들을 지킬 삶의 기반이자 터전이다. 은..

갓 헬프 더 걸(블루레이)

스튜어트 머독 감독이 만든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2014년)은 유쾌하고 따뜻하면서 사랑스런 영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선 감독 이름이 낯익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모던 포크록 밴드 벨앤세바스찬의 보컬이자 리더인 바로 그 스튜어트 머독이다. 머독은 2003년 조깅을 하던 중 우연히 떠오른 악상으로 곡을 만들고 내친 김에 영화까지 구상했다. 내용은 그들만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다. 언뜻보면 벨앤세바스찬 이야기와 닮았다. 벨앤세바스찬도 스튜어트 머독이 대학 시절 수업을 듣다가 기말고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 6명과 밴드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만큼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음악이 잘 녹아 있어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