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자크 타티 2

플레이타임

자크 타티 감독의 코미디 '플레이타임'(Playtime, 1967년)은 당황스런 영화다. 별다른 줄거리 없이 상황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시종일관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소음과 특정 인물에 얽매이지 않는 에피소드가 기존 영화와 많이 다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말소리까지 묻어버릴 정도로 크게 울리는 소음이다. 의자에 앉을 때 쿠션이 꺼지는 소리, 발소리, 문여닫는 소리와 각종 기계장치 소리 등 생활에서 울리는 각종 소음들을 부각해 늘 보고 듣는 일상을 새로운 느낌으로 접하게 한다. 여기에 특정한 줄거리보다 4컷짜리 만화처럼 순간 순간 상황이 빚어내는 에피소드식 웃음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특별한 사건이나 별다른 이야기 없이 흘러가는 영화가 밋밋함을 넘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 바람..

일루셔니스트 (블루레이)

어려서 마술사만큼 환상적인 존재는 없었다. 1970년대 흑백TV 시절 화려한 몸동작만으로 열광케 한 프로레슬러와 마술사는 꿈을 불어넣어주던 존재들이었다. 그것이 쇼였든 눈속임이었든 결코 비밀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들이 빚어내는 환상의 세계에 심취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실뱅 쇼메 감독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The Illustionist, 2010년)는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든다. 내용은 1950년대 말 TV와 록음악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나이 든 마술사가 시골에서 만난 소녀에게 꿈을 심어주고 떠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이 음악과 몸동작 만으로 진행된다. 모든 것을 함축한 그들의 몸짓과 음악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는 작품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