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잔느 모로 2

니키타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La Femme Nikita, 1990년)는 개봉 당시 참으로 독특한 영화였다. 남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는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킬러로 등장했고, 신분 또한 살인죄를 저지르고 이를 용서해 주는 댓가로 부채처럼 정부 기관의 암살자로 고용된 일종의 안티 히로인이었다. 당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장중하고 무겁고 음울하다. 007처럼 경쾌하고 쿨한 사나이의 할리우드 액션극과 달리 불란서 특유의 느와르성 어둠이 깔린 액션극은 그만큼 비장미가 감돌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다른 액션물들과 달랐던 점은 액션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니키타가 자신의 존재를 잊고 암살 병기로 육성돼 장기판의 말처럼 조종되면서 느끼게 되는 인간성 상실의 비애가 안느 파릴로드의 우수어린 표정과 반항적인 연..

타임 투 리브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은 독특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파격적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시청각적 충격을 더한다. 그런데 '타임 투 리브'(Le Temps Qui Reste, 2005년)는 다르다. 마치 김기덕 감독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듯 이 작품은 죽음에 천착한다. 사진작가인 로맹(멜빌 푸포)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날들을 조용히 정리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오종 감독 답게 결코 범상치 않다. 사랑하지만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게이 연인과 결별을 하고, 간절히 아기를 원하지만 남편의 무정자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부에게 아기를 선물한다. 우리네 문화로 보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지만 오종 감독은 이를 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