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백지 2

파이란 (블루레이)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영화 '파이란'(2001년)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별 볼일 없는 아사다 지로의 원작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로 바꿔놓은 것은 송해성 감독의 돋보이는 연출력이다. 송 감독은 멀리서 지켜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인물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절제되며 깔끔한 영상을 연출해 극 중 인물들에게 오히려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조폭 사무실 창 너머로 거친 조폭들의 움직임을 잡은 영상이나 파이란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처음 도착한 장면을 롱샷으로 잡은 장면 등은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더불어 강원도 바닷가 장면 등 화면을 꽉 채우는 서정적인 영상이 돋..

무극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The Promise, 2005년)은 참으로 망극지통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동양식 판타지를 표방한 이 작품은 시대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국가에서 운명으로 얽힌 4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대결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경극에 나올법한 중국식 갑옷과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시대와 역사성, 지역성을 상실한 채 표류한다. 볼거리도 마찬가지다. 황당한 만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은 실사 촬영과 이질감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어색하고 치졸하다. 액션 또한 '와호장룡'의 시원한 와이어 액션, '영웅'과 '연인'에서 본 호쾌한 결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단조롭다. 오히려 3류 무협영화만도 못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동건, 장백지, 사나다 히로유키 등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