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선우 3

우묵배미의 사랑(블루레이)

장선우 감독은 '나쁜 영화'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 논란이 됐던 영화 때문에 선정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오해받기 쉬운데 사실 그는 사회성 짙은 사실주의 영화를 잘 만들었다.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우묵배미의 사랑'(1990년)이다. 박영한의 연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서울 변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봉제기술이 전부인 일도(박중훈)는 봉제공장에서 만난 유부녀 공례(최명길)와 사랑에 빠진다. 일도는 자식까지 낳은 사실혼 관계인 아내(유혜리)가 성정이 거칠어 나긋나긋한 공례에게 정을 붙였고, 공례 역시 폭력적인 남편(이대근)에게 맞고 살아 그렇지 않은 일도에게 의지한다.그렇기에 두 사람은 각각 아내와 남편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밀회를 이어간다. 영화가 놀라운 ..

장선우 변주곡

장선우 감독은 흥행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마이너리티다. '꽃잎' '성공시대' 등 괜찮은 성적을 올린 작품도 있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경마장 가는 길' '화엄경' 등 다른 작품들은 그닥 좋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작품 성향도 마이너리티다. 소위 사회의 소외받은 계층이나 특이한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장 감독 특유의 성향은 그의 작품들을 범상치 않은 영화로 만들었다. 혹자는 재미있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흥행과 사회 참여적 도구로서 영화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향을 조화시키는 것이 장 감독이 넘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굳이 조화시켜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우리 영화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장 감독이나 김기덕, 양익준 같은 감독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

어어부밴드-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가 개봉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극장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없어진 낙원상가의 허리우드였다. 서울에 많고 많은 극장을 놔두고 왜 하필 개봉관치고 허름한 이곳에 가서 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 영화는 탈선을 일삼는 1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문제작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풀빛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2권짜리 제작일지를 읽어보면 배우로 출연한 일부 아이들이 실제 본드를 불었고 그러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어쨌든, 내게 이 작품은 영화보다 음악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