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첸 5

에로스(블루레이)

2004년 나온 '에로스'(Eros)는 왕가위(Kar Wai Wong),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독 3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연출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1995년 '구름 저편에' 연출 도중 중풍에 걸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현실화한 시리즈다. 여기에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감독들이 뜻을 함께 했다. 원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참여했다. 결국 이 작품은 2007년 사망한 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블루레이)

2.28 사건으로 기억되는 대만의 1947년은 암울했다.1947년 2월 28일에 발생한 이 사건은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소속 관료가 정부 독점 판매품인 담배를 타이베이시에서 몰래 팔던 대만섬 출신의 노파를 마구 때려죽이면서 벌어졌다. 당시 대만에서는 외성인이라고 부르던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장개석의 국민당 사람들과 내성인으로 통하던 대만 본토박이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장개석은 중국 본토에서 모택동이 이끌던 공산당에게 연일 패배해 쫓겨날 처지여서 피난처로 대만을 생각하고 국민당군을 보내 정지작업을 벌였다. 결국 1947년에 장개석의 국민당은 중국 본토를 잃고 대만으로 허겁지겁 피신했다.그러니 당연히 외성인과 내성인 사이에 갈등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갈등이 폭발한 것이 2.28 사건이었..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 (블루레이)

전작에서 변죽만 올린 오우삼 감독이 본격적으로 삼국지의 하일라이트인 적벽대전의 장관을 풀어낸 작품이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2009년)이다. 이 작품에서는 오나라의 화공과 유비의 협공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다뤘다. 대륙의 스케일답게 전투 장면을 막대한 인원과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해 화려하게 묘사했다. 비록 컴퓨터그래픽이 약간 어설퍼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대함대가 불에 타 무너지는 장면을 꽤 그럴듯하게 그렸다. 해상 전투 못지 않게 요새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오나라의 상륙전은 마치 고대판 동양의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연상케한다. 하지만 영화 만으로 적벽대전을 이해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오우삼 특유의 화법으로 원작을 상당 부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갈공명과 짝짜..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블루레이)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다. 조조의 백만대군이 장강 하구의 적벽에서 무너지면서 손권은 동오의 강자로 부상했고, 유비는 형주를 차지해 기틀을 잡으면서 세 나라가 제갈공명이 삼고초려 당시 설파한 솥발의 지세, 즉 정족지세를 이루면서 본격적으로 삼국지가 펼쳐지게 된다.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赤壁: Red Cliff, 2008년)은 이를 스크린에 담았다. 메가폰을 잡은 오우삼 감독은 소설 속에서 워낙 거대한 전투로 묘사한 만큼 이를 1,2부에 나눠 담았다. 1부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전투가 무르익어 가는 과정과 그 준비단계를 담았다. 그만큼 삼국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싸워보지도 않고 싱겁게 끝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적벽으로 이르기 전 단계..

일대종사 (블루레이)

원래 쿵후(功夫)는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서 숙달하는 것을 말한다. 쿵후의 시조는 16세기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인도에서 온 선승 달마대사가 꼽힌다. 멸청복명의 쿵후 중국 소림사에 당도한 달마대사는 성격이 완고해 승려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근처 동굴에서 9년을 혼자 살았다. 70세 노인이 돼 소림사에 돌아온 달마대사는 승려들이 수양 중에 조는 모습을 보고, 수양만 하다가 체력이 부실해진 승려들을 위해 신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을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쿵후의 시작이다. 물론 쿵후는 출발이 그렇듯, 싸움 동작도 포함돼 있지만 무술이라기보다는 생명력의 근원인 기를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 주먹으로 말아쥔 오른손을 쫙 편 왼손 바닥에 붙이는 쿵후식 인사법은 원래 해와 달을 상징한다. 바로 한자의 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