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학우 6

황비홍(블루레이)

황비홍은 '정무문'의 곽원갑과 함께 근대 중국의 무술 영웅으로 꼽히는 실존 인물이다. 홍가권의 고수인 그는 1847년에 대대로 무술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전수된 홍가권을 어려서부터 연마한 황비홍은 집안이 너무 가난해 8세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길거리에서 무술 시범을 보이고 약을 팔았다. 하지만 워낙 무술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홍가권뿐만 아니라 당대 뛰어난 무술 스승들에게 철선권, 무영각, 취팔선권 등도 전수받았다. 황비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전수받은 무술들을 개량해 자신만의 권법을 다듬었고 말년에는 십독수라는 비밀 기술까지 개발했다. 17세 때 도장을 연 황비홍은 광부와 시장 상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쳤고 26세 때 한의원인 바오즈린(寶芝林)을 세워 사람들의 병을 치료했다. ..

동사서독 리덕스(블루레이)

'동사서독'은 왕가위 감독의 처음으로 만든 무협영화다. 원래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을 바탕으로 그 앞 얘기를 다룬 프리퀄 같은 작품이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림고수가 되기까지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를 왕가위가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풀어낸 영화다. 김용의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갖고 볼만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물들 간에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과정이 어리둥절할 수 있다. 내용은 동사 황약사(양가휘)와 서독 구양봉(장국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막 한가운데 객점을 차려놓고 살인청부를 중개하는 구양봉과 바람둥이 무림고수인 황약사, 황약사를 사랑했다가 농락당한 뒤 죽이려 드는 모용연(임청하), 구양봉을 사랑하지만 그의 형과 결혼하게 된 비운의 여인 자애인(..

첩혈가두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출연하는 홍콩 누아르는 당시 청춘들의 필수 감상 영화였다.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牒血街頭, 1990년)는 홍콩 누아르의 인기 끝물에 등장한 작품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유명해진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극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래 오우삼 감독이 3시간 분량으로 기획한 대작이었으나 극장 상영을 위해 145분으로 줄였고, 다시 국내에 들어오면서 추가로 25분을 더 잘라내 2시간 분량으로 축소했다. 그러니 이야기가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스케일만 큰 엉성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비디오테이프가 출시되면서 상,..

열혈남아 (블루레이)

어떤 판본을 먼저 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1980년대 후반 대학 시절에 처음 본 왕가위 감독의 걸작 '열혈남아'(1987년, http://wolfpack.tistory.com/entry/열혈남아-골든-콜렉션)는 왕걸과 엽환의 노래 '汝是我胸口永遠的通'(너를 보낸 내 가슴은 아프고)로 기억한다. 유덕화가 장만옥의 팔을 낚아 채 공중전화 박스로 뛰어든 뒤, 하얗게 부서지는 형광등 불빛 아래서 열렬하게 키스를 나눌 때 흘러 나오던 이 노래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왕걸의 CD를 듣다가 이 노래가 흘러 나오면 가슴이 뛰며 아련함이 밀려 온다. 그만큼 왕걸과 엽환의 노래는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의 장면들과 기막히게 어울렸다. 따라서 두 사람의 노래가 없는 '열혈남아'는 상상할 수도 없고, 극단..

아비정전 (블루레이)

나른하고 후덥지근한 여름, 턴테이블에서 맘보 음악이 바람 불 듯 흘러나오고, 여기 맞춰 청년이 흐느적거리듯 춤을 춘다. 잊을 수 없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년)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세기말 홍콩 반환을 앞두고 불안했던 홍콩 사람들의 심리를 투영한 작품이다. 영상이나 구성이 꽤나 공들여 잘 만든 작품인데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유는 왕가위의 데뷔작이었던 '열혈남아'에 매료된 사람들이 또다시 툭툭 끊어지는 듯한 빠른 몽타주 기법의 액션과 열정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봤다가 너무나 긴 호흡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열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