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훈 3

고지전 (블루레이)

장훈 감독의 '고지전'(2011년)은 지난해 본 우리 개봉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전장의 긴박한 상황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깔끔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전장에 나즈막히 깔리는 노래 한 자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히트한 고(故) 신세영의 '전선야곡'을 골라 병사들의 애절한 심경을 잘 드러냈다. '전선야곡'이 우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한국전쟁 초반 상황에 이 곡이 나오지만, 실제 이 곡은 1952년에 등장해 고증에서 어긋났다. 사실과 다르다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나왔는 지 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반면, '고지전'에서는 노래가 주연 배우 못지 않은 무게감..

의형제 (블루레이)

1970년대 국민학교 시절, 매년 빼놓지 않고 치르는 행사가 있었다. 6.25 즈음이면 숙제처럼 다가오던 반공글짓기 대회와 반공포스터 그리기 대회였다. 그렇게 교육받아서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그린 포스터속 북한군, 아니 괴뢰군은 하나 같이 뿔난 도깨비 아니면 털이 흉하게 뻗친 늑대였다. 오죽했으면 '똘이장군' 같은 만화영화가 나왔을까.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더 이상 북한군을 괴뢰군이라 부르지도 않고, 뿔난 도깨비로 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현실을 알 만큼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력이 신장돼 북한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있고, 더 이상 위정자들이 반공 논리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는 세상이 된 까닭도 있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년)는 그렇게 달라진 남과 북의 현실에서 출발한 ..

의형제

국내 증시에만 통용되는 변수가 있다. 바로 코리아 리스크다. 분단 국가라는 지정학적 변수 때문에 항상 북한 관련 안보 뉴스가 터지면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인다. 그만큼 분단은 한반도를 옭죄는 족쇄다. 그랬기에 오랜 세월 남과 북은 서로를 원수 보듯 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다. 한동안 영화도 '쉬리'처럼 이 같은 대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공동경비구역 JSA' '간첩 리철진' '웰컴 투 동막골'처럼 적대적 상황을 흔드는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한 핏줄이라는 민족적 동질감을 부각시키다보니 지나치게 인간적 감성에 치우쳐 낭만적 경향이 강조되는 한계는 있지만,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기에 호소력만큼은 짙다. 그럴 때 ..

영화 201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