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희진 2

폭력써클 (SE)

박기형 감독의 '폭력써클'은 코 끝에서 피비랜내가 확 올라오는 느낌의 영화다. 폭력에 대한 고찰이 상당히 빼어난 수작으로, 결코 정제되거나 다듬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담은 폭력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점증하는 분노의 폭발을 설득력있게 잘 묘사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만든 서클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폭력조직으로 몰리면서 아이들 또한 폭력의 한복판에 던져지는 내용이다. 모범생인 주인공은 불량배들에게 친구가 맞아 부상을 당하거나 죽으면서 결국 야수같은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박 감독은 독특하게도 느와르풍 영화에 클래식을 얹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뜻보면 어색할 것 같지만 오히려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내며 폭력의 잔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아파트

'폰'으로 주목을 받은 안병기 감독도 이제 소재가 다떨어진 것 같다. 심지어 장면을 구성하는 아이디어와 공포물에 대한 영상감각 마저 떨어진게 아닌가 싶다. 그가 만든 '아파트'(2006년)는 만화가 강풀의 인기 원작 만화를 각색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작의 재미와 참신함을 제대로 못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 중산층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장면들도 여러 부분이 다른 공포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바람에 여지없이 귀신이 등장하고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의미없이 요란한 음향이 추가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전혀 무섭지 않다. 워낙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어지간한 자극에 둔감한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 부족한 스토리나 이해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