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재클린 비셋 3

와일드 오키드

잘만 킹 감독은 1980~90년대 비디오키드들에게 에로티시즘의 교과서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불법 복제한 해외 포르노물을 제외하고는 잘만 킹이나 비기스 루나, 틴토 브라스 등의 작품이 버젓이 비디오대여점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에로물이었다. 잘만 킹은 비디오시리즈인 '레드슈 다이어리' 이전에 만든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 세 작품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이 중 '와일드 오키드'(Wild Orchid, 1990년)는 남녀 주연인 미키 루크와 캐리 오티스의 실제 정사 논란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내용은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과 비슷하다. 남자를 제대로 모르던 얌전한 여인이 욕망에 눈 뜨면서 희한한 체험을 하는 이야기다. 수동적이었던 여성이 적극적으로 변..

에어포트 (블루레이)

조지 시톤 감독의 '에어포트'(Airport, 1970년)는 항공재난 영화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에어포트75' '에어포트77' '에어포트79' 등 시리즈 작품이 줄줄이 4편까지 나왔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공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항공기 재난 사고를 다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보험금을 노리고 폭탄을 든 채 비행기에 탑승해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내용. 영화는 단순 사고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공항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다뤄 이야기를 윤택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무임탑승을 전문으로 노리는 할머니, 개 목걸이에 보석을 숨겨 들어오는 밀수꾼을 비롯해 수익에만 관심을 두고 공항 시설은 나몰라라 하는 운영사 사장, 기장과 여승무원의 외도 등 인간 군상들의 ..

블리트 (SE)

할리우드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1980년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맥퀸이다. 이유는 그의 얼굴 때문이다.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주름진 그의 얼굴은 세상살이의 험난함이 배어있다. 그러면서도 얼굴 가득 여유와 달관의 낙천적인 기운이 흐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위기 상황이 펼쳐져도 그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황야의 7인' '대탈주' '게터웨이' '타워링' '빠삐용' 등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랬다. 바로 그 고단함과 여유가 혼재한 얼굴이 좋아서 세상을 떠난 지 26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그를 놓지 못한다. 중학생이었던 80년,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DJ를 본 배우 강수연이 그의 죽음을 알리던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채 엇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피터 예이츠 감독의 ..